김산소 씨는 사람 자체는 나쁘지 아니했다. 오히려 지조있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 생각이 깊은지라, 대답 하나에도 많은 시간을 들였다. 아마도 그의 뇌에는 '거짓말은 나쁜 것' 과 '성선설', 이 두 가지 명령어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 했다. 첫 번째 '거짓말은 나쁜 것' 이라는 신념은 아무래도 많은 사회생활을 지나면서 어느정도 타협...
데페이즈망 [ dépaysement ] ‘추방하는 것’이란 뜻. 초현실주의에서 쓰이는 말로, 일상적인 관계에서 사물을 추방하여 이상한 관계에 두는 것을 뜻함. 있어서는 안 될 곳에 물건이 있는 표현을 의미한다. *** 사랑하는 어머니께. 어머니,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제 결정에 쾌히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 파리로 가는 기차에 타있어요. 그저 고개...
신에게 닿으려 했던 인간이 쌓은 탑. 신의 분노를 산 오만한 인간은 결국 언어가 조각나는 벌을 받게 되었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여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얘기일 테다. 그렇다면 지금 바벨탑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무너져 내렸을까, 아니면 그저 성경 속 허구일까. 사실대로 불자면 바벨탑은 건재하다. 하늘 높이 치솟은 탑은 아직도 구름 속에 갇혀있다. 당신이 어...
안닮음.
안녕하십니까, 아니입니다. 드디어... 완결을 내었습니다. 후기 쓰는 건 처음이라 중구난방 주제가 없습니다. 이해해주십쇼... (어디서부터 말해야하지?) 구상을 시작한 것이 19년도 6월이니까 8개월동안 뒤집어 엎고 다시 쓰는 것과 이상한 시도를 되풀이 했네요. 워즌트의 시점으로 다시 쓴 것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 개인적으로. ' 독자분들께는 어떻...
“ ... 딱히, 말씀드릴게 없네요. 특별할 건 없는 어린 시절이었는지라. ” 레이드가 대답했다. 굳은 그의 표정은 그녀를 철저히 배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시스는 민망하게 웃어보였다. “ 다들 그렇죠... 어릴 때는 기억에.. 잘 안남으니까요. ” 레이드는 다시 한 번 깊은 물속에 빠졌다. 그의 얼굴은 죽은 듯 핏기 없었다. 보다못한 이시스는 그에게 ...
태양빛이 내리쬐어 물 사이를 통과하면, 빛은 물결따라 흔들려 청량한 물과 뒤섞여 황금빛 실타래처럼 흔들린다. 한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여기는 바다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풍경을 즐기지 못하는 이가 있었다. 토끼다. 토끼는 거북이의 등에 타있었다. 물 속으로 향하는 계단을 한 걸음씩 내려갈때마다 물방울이 송글송글 그리운 땅으로 사라졌다. 저 멀리 아래에 용궁이...
나는 여러 집을 전전했다. 그러다 한 노인의 집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여러 잡일이나 했다. 노인은 소설가였다. 딱히 유명하진 않았던것 같다. 불행하게도 그 노인은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되었다. 이 일은 내게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 남자의 영혼은 쪼개져... 아냐, 조각나서.. ” 나는 노인이 말하는대로 받아 적는 일을 했다. 그의 집엔 글을...
우리 집안은 원래 유복했다. 아버지의 사업은 나날이 번창해 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잉꼬 부부로 불리었고, 나도 내 부모님을 존경했다. 더할 나위 없는 부모님이었다. 나는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고, 8살 때 제일 가는 명문학교에 진학했다. 부모님의 지원에 답하기 위하여 난 학업에 열중했고, 나는 모범생, 또는 우등생이라 불리울 수 있...
그는 기차역으로 향했다. 모든 걸 버리고, 추억과 악몽이 깃든 유년시절의 집이자, 어머니와 그 남자의 숨결이 있는 그의 집으로 갈 것이다. 리차드도 자신을 이해줄 거라 믿었다. 모두를 위한 일이다. 떠나야 할 때다. “ 승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어서들 타십쇼! ” 어린 소년이 외쳤다. 레이드는 기차표를 가만히 바라보다, 기차에 탔다. 기다란 기차...
레이드는 그날 밤, 다르게 말하면 아서가 존 도우의 숭고한 얼굴을 마주한 그 밤에 악몽을 꾸었다. 자신은 유약한 소년이었고, 검은 부대가 발을 맞추어 자신과 아버지의 공간으로 서서히 전진하고 있었다. “ 어머니! ” 그가 꿈 속에서 그의 어머니를 불렀다. 그러나 어머니는 대답이 없었다. 어머니는 옅은 미소를 지은 채 의자에 편안히 앉아있었는데, 그 모습 속...
페어 시 경찰청에 근무하는 아서 경은 요새 걱정거리가 산더미다. 갈수록 페어 시의 치안은 뚝, 뚝 떨어져갔고, 존 도우의 살인은 기승을 부렸다. 상부에선 어서 존 도우를 잡아내라는, 아니 정체라도 알아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그 윗 분들의 초점은 ‘ 페어 시의 안전과 행복 ’ 보단 ‘ 자신들의 안위와 권력 ’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가난해서...
아니 님 진짜 글 잘 쓰시네요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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