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드 굿닥터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나는 루이스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마엘이나 로랑 부인께 직접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들은 어쩐지 틈을 내어주지 않았다. 나는 기묘한 의심과 한바탕 싸워야 했다. 그 싸움 끝에 내린 결론은 그들을 의심할 자격도 내겐 없다는 것이었다. 난 그들 때문에 무대에 서고, 누리지 못했을 것을 누리는 여자였다. 나는 그들의 과거가 어땠는지 간에...
심야였다. 하지만 불란서의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 저택의 낡은 가스등은 여전히 환했다. 나는 주홍색 빛을 내는 전등 아래에서 소설을 읽고 있었다. 한 소녀의 신비로운 여행에 대해 담은 몽환적인 소설이었다. “아가씨?”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는 새하얗고 가벼운 소재로 되어있는 잠옷을 나풀거리며 문을 열었다. 마샤 부인이었다. 그녀는 저택에서 일하는 중년 여...
그는 며칠 뒤에 루브르 호텔, 내가 묵는 방에 찾아왔다. “데리러왔어요.” 그의 곁에는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남자가 서있었다. 밝은 갈색으로 된 여행가방을 들고 있었고, 검은 바지 위로는 뚱뚱한 배가 툭 튀어나와 있었는데, 금방이라도 셔츠 단추가 튕겨져 나올 것만 같았다. 안좋게 말하자면, 더러워보였다. “아, 이쪽은 짐 옮기는 걸 도와주실 분이에요. 조르...
나는 불과 몇 달만에 마엘의 말대로 최고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마엘과 로랑 부인이 내 등을 밀어준 덕에 사교계에서 나를 모르는 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나의 공연은 늘 만석이었으며 공연이 끝나면 그들은 마엘과 나를 찾아와 이것저것 캐물었다. 마엘은 남자들을 상대하고, 나는 여자들을 상대했다. 나도 남자를 상대할 수는 있었지만 그들을 상대하는 건 꽤 피곤한 ...
클로시엣의 생활은 생각보다 잔잔했다. 구름 움직이듯이, 나는 첫 공연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마엘은 자신이 소유한 극장을 ‘소극장’이라고 칭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의 저택보다도 컸다. 이런 것이 소극장이라면, 대극장은 얼마나 웅장할지 나는 가늠하지 못했다. 나는 해금을 손에 들고 쓰다듬었다. 창가림막 사이로는 수 대의 마차들이 보였다. 금빛으로...
내가 그 철문에 섰을 때로터 삼 주쯤은 지났다. 이제 나는 그들의 저택을 제집 드나들다시피 하였다. 나는 그들의 몇몇 시종들의 이름을 알았고, 정원에 무슨 꽃들이 피는 지 알았다. 나는 여느때나 다름없이 공작새 그림 가득한 그 살롱에 앉아있었다. 처음 왔을 때와 다르게, 그 곳엔 나와 마엘 뿐이었다. “준비할게 많아요.” 마엘은 몰래 들어온 무당벌레 하나를...
나는 그 날도 외삼촌의 저녁을 챙기러 가고 있었다. 노을빛 지는 파리는 정말 아름다웠다. 주홍빛을 받아 은은한 붉은 색을 띄는 여인들의 드레스들, 그리고 그 옆의 사랑스러운 연인. 나는 그들처럼만 되길 바랬다. “괴상한 중국어.” 내 귓속에 얼핏 들려온 소리였다. 나를 향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일까.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놀랍게도, 거리 안쪽에서 ...
만찬은 두 시간이나 지나서 시작되었다. 나는 그녀의 곁에서 제일 먼 끝자리에 앉았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내 옆에 경박한 그 사내가 앉았다는 것이었다. 나를 보았을 때와 달리 식탁 앞의 그는 훨씬 더 훤칠하고 친절해 보였다. 손님들이 다 앉은 후에 그녀가 등장했다. 검붉은 일본풍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자태는 이로 말할 수 없었다. “다들 참석해줘서 고마워...
몇 년 전 우리 할머니는 암과 싸우고 계셨다. 아니, 졌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이미 할머니는 가망이 없는 상태였고, 우리 가족을 비롯한 친척들도 모두 준비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유월의 주말에, 어린 나는 할머니의 병원으로 가게 되었다. 학원을 째게 되어서 기뻤다. 병원에서 우리 가족은 할머니와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어린 나는 할머니와 별...
다음 날이었다. 나는 저녁 식사를 들고 한국관으로 향했다. 노을빛은 사이렌이라도 되는 양 활활 불타올랐다. 나는 언제나와 같이 삼촌께 같이 저녁상을 드렸다. 그리고 언제나와 다르게 해금 앞에서 어물쩍거렸다. “삼촌, 저 오늘은 빨리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서 상은 내일 아침상 가져가면서 같이 가져갈게요!” 해금 앞에 선 내가 말했다. 아무 대답이 없었지만,...
우리의 거처는 다른 이들에 비해 약소했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고맙게 여기였다. 에펠탑에 있다면 에펠탑은 보이지 않는 것처럼, 급높은 호텔에 묵었다면 다른 경치들은 눈에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작은 숙소를 소중히 대했다. 외삼촌은 매일 아침 전시 계획으로 분주하셨고, 내가 외삼촌을 도울만한 능력은 고작 매 끼니를 챙겨드리는 것 뿐이었...
아니 님 진짜 글 잘 쓰시네요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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